석호필이 우리나라에 오면 투표할 수 있을까요?

 

2008/03/26

 

아마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오는 '석호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죄수일 겁니다. 물론 드라마 안에서의 얘깁니다만.

 

총선을 2주일쯤 앞둔 지금,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석호필 같은 재소자에게는 투표권이 있을까요?

 

답을 좀 찾아봤습니다.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입니다. 미국의 경우 2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중죄인에게는 투표권 같은 기본권을 제한합니다. 2년 이하일 경우 투표를 할 수 있죠. 석호필이 몇년형을 선고받았는지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형을 구하려고 일부러 은행을 털었으니 그렇게 형량이 높지는 않으리라 봅니다(아아 이런 근거없는 억측을 용서해 주셔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기결수에게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석호필이 한국에 와서 투표를 하려고 해도 절대로 못한다는 얘기죠.

 

왜 기결수는 투표를 할 수 없을까요? 근거는 '공민권 박탈'이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모르니 핵심만 요약하면, '죄지은자 국민도 아니다'라는 겁니다. 죄지은 사람은 사회와 격리시켜야 하니 투표권 같은 기본권도 죄다 박탈해야 한다는 논리죠. 국가의 일에 대해 공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는 뜻의 이 공민권은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죄지으면 국민도 아니다'는 이 논리는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 온듯합니다. 200년 전 논리를 내세워 기결수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거니와, 기결수를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요즘의 사회적 시각과도 괴리감이 있는 탓이지요.

 

사실 고백하자면 '기결수에게 참정권을'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썼더랬습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킬된 기사여서 노트북 한켠에 고이 모셔만 놨는데, 총선철을 맞아 블로그에라도 올려야겠다 싶어 먼지를 탈탈 털어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제가 쓴 총선 특집 기사엔 일부만 나갔더랬습니다. 부디 기결수 참정권 문제가 공론화돼서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좀 더 촉촉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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