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장기기증의 날 ] 장기기증 하고 싶어도 가족반대있으면 불가능

헤럴드경제 2016-09-08

 

-장기기증의 날(9) 맞아 다시 생각해볼 문제

-시신 훼손 거부감 등 유교적 관념이 남아 있어

-생전 기증 약속해도 유가족 반대하면 이식 불가

-하지만 기증 결정한 유가족 90%후회 없다

-인식 전환되면 장기기증문화 불가능 않다는 뜻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장기기증은 미담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죽은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오랫동안의 유교적 관념과 무관치 않다.

 

실제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장기기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기기증에 대한 유가족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장기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3만명의 중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8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장기이식 대기자는 2744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장기 기증자는 대기자의 9.3%에 불과한 2565명에 그쳤다. 인구 100만명당 장기기증자를 외국과 비교하면 부진한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문화의 현실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49.5명이 장기를 기증했는데 이는 기증률이 가장 높은 미국(318)6분의1 수준이다.

 

9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뇌사자 1명의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죽은 이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적 관념으로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유가족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장기 기증을 경험한 유가족의 90%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중 78%는 살아있는 상황에서 신장이나 간 일부 등을 기증하는 생존 기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자가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경우는 19.5%, 죽은 뒤 각막을 기증한 경우는 2.5%에 그쳤다. 그나마 생존 기증의 80%는 가족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중에 기증자를 찾지 못한 난치병 환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법적 절차 상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유가족이 거부할 경우 장기기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기기증자가 자신이 사망하기 전에 사후 장기기증에 동의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경우 그 유족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경우에만 장기 적출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장기기증자가 사망전에 장기 적출에 동의 또는 반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사후에 그 유족이 동의할 경우 장기적출을 할 수 있다. 결국 사후 장기기증의 확대는 전적으로 유가족의 뜻에 달렸다는 얘기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실장은 유가족 중 최우선 결정권한을 가진 배우자가 동의해도 다른 가족 측에서 반대하면 밀어부치기가 힘든 게 한국 문화적 현실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이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꺼리는 것은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적 관념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가족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한 유가족들은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인식 전환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아주대학교 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뇌사 장기 기증자 가족의 장기 기증에 대한 긍정성 조사논문에 따르면 2008~2011년 사이 장기기증센터에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 중 90% 이상이 장기기증 동의한데 대해 후회가 없다고 했다. 부정적 답변을 한 1명 역시 장기기증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기증 과정에서의 행정적 불편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병원비 부담을 호소한 것이었다. 응답자 중 일부는 기증 후 육안으로 확인한 시신의 훼손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놀랐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미 유가족들 중 절반 이상은 본인이나 다른 가족이 뇌사상태에 빠지면 또다시 장기기증하겠다고 답했다. 장기기증을 결정한 경험이 또다른 기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 특히 기증자의 신체 일부라도 세상에 남아 있다는 점에 위로가 된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유가족들이 장기기증을 망설이지만 장기기증의 실상과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린다면 사후 장기기증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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