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법조일원화 10

 

 

 

성경(마태복음 20)에 등장하는 포도원 주인은 아침에 일하러 온 일꾼과 오후에 온 일꾼들에게 품삯으로 공평하게 한 데나리온씩을 주고 있다.

 

아침에 일찍 온 사람에게는 많이 주고, 오후 늦게 온 사람에게는 적게 주는 것이 세상 이치에 맞을 것 같은데도 포도원 주인은 먼저 오거나 나중에 온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일당을 지급한 것이다.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되리라라는 문구로 유명한 이 성경구절을 볼 때마다 욕심 부른 범인(凡人)의 상식은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만다.

 

재야 출신 법관이법관인사의 꽃이라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발령받기가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내용의 기사(22일자 1)가 보도되자 일선 법관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어떤 판사들은 법조일원화를 위한의미있는 기사라고 평가(?)하면서도 묵묵히 일해 온 판사들이 재야 출신 법관들이 재력에 이어 명예까지 함께 지니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 허탈감은 어떻게 달래 줘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재야 출신 법관들이 전체 법관들 가운데 매우 적은 숫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법관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 본인도 취임 이후 줄곧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만들고자 한 계기가 변호사시절 경험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듯이 재야 경험을 반드시재판공백기로만 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올 해로 대법원이 법조일원화를 추진한지 꼭 10년이 된다. 경력법관제도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고법부장 승진심사 기준을 재야출신 법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너무 야박할 뿐만 아니라 법조일원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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