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일원화 찬성 입장

 

- 나이에 걸맞는 연륜과 노하우의 검증이 신참에 대한 검증보다 낫다. 국민들은 나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판사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경륜 있는 판사들을 원한다. 경험이 풍부한 검사나 변호사는 소송당사자로서 법정에서 판사를 지켜봤기 때문에, 판사가 된다면 법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법관복을 입은 판사보다 재판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나 검사가 더 나은 재판을 할 수 있다.

 

- 우리 사회가 이제 안정기에 어느 정도 들었으니, 이제 머리좋은 판사보다는 경험많은 판사가 어느 정도 필요할 때도 되었다. 변호사는 빨리 만들되, 판사는 좀 천천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관변호사때문에 변호사 시장 더 이상 망가지는 것도 옳지 않다. 한번 임용된 법관의 근무지 변호사 개업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더 내려갈 곳도 없이 망가져 버린 국내 형사송무시장은 전적으로 특수효과를 원하는 고객들과 결탁한 전관변호사들의 책임이 크다. 이 점 본인들도 전혀 부인하지 않는다. 전관 변호사의 폐해를 자정하기에는 법원과 검찰, 변협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로스쿨의 도입으로 정체되어 있는 법조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는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한 법원, 검찰, 변협의 책임이다. 법조일원화는 한통속으로 해먹자는 뜻이 아니라, 단지 법원이 독자적인 기준을 강화하여, 변호사나 검사 중에서 법관을 뽑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지금도 숫자는 작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 그 기준을 좀더 계량화하여 전부 그런 식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 법조일원화를 폐지하는 것 보다는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지금까지는 사법개혁이 법조인들의 일로만 여겨져왔다. 국민은 대상이자 객체였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게 민주주의 기본 원리다. 사법개혁은 객체였던 국민이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또 그동안 소수 법조인이 독점했던 사법작용을 투명화해서 통제하자는 것이다.

 

- 변호사 출신 판사 문제는 그만큼 법원에서 민감한 문제인데, 법원행정처가 최근 같은 테마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로스쿨 제도에서 판사를 어떻게 뽑을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졸업생이 2012년에 배출되니 4년이나 남았는데 뭐 그리 급하냐고 하겠지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판사를 로스쿨 졸업자 중에서만 뽑을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를 몇 년간 경험하게 한 뒤 뽑을지, 그도 저도 아닌 절충을 한다면 새내기 로스쿨 졸업자와 변호사 출신의 비율을 어떻게 할지가 핵심이다. 이 문제는 사법고시를 언제 폐지할지 등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급하다. 변호사 출신을 많이 뽑을 경우 나중에 고등 부장 승진에서 이들의 승진 비율은 어떻게 할지도 드러내 놓지 못하는 법원의 고민 중 하나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로스쿨 졸업자들을 반() 정도 뽑고, 재야 경력 변호사 중에서 나머지를 뽑는 절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변호사 출신의 판사 선발은 형식적인 선에서 이뤄졌다. 작년 18명이 최대였다. 그러니 만일 경력 변호사를 한 해 충원 인원의 절반인 70여 명이나 뽑는다면 그것은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판사를 신뢰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은 나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판사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경륜 있는 판사들을 원한다.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 대량 배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법원과 검찰에 대거 진입하고, 사법의 중추(中樞)를 담당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성공하는 것이다. 평생 판사가 위주인 지금의 사법부는 다양성 부족이라는 점이 늘 약점으로 꼽혀 왔다. 그런 점에서 로스쿨 제도는 사법부에도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은 판사들 사이의 갈등 같은 당장의 작은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사법부 내 판사 구성을 어떻게 다양화할 것인지, 20년 후 사법부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지를 잘 설계해야 할 것이다.

 

법조 일원화 반대 입장

 

-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 소년판검사들이 젊은 머리로 우수한 외국 제도을 잘 녹여서 사용하였고, 생경한 경제현실을 법치와 맞추느라 밤도 많이 세었을 것이다.

 

- 세속화된 노인들은 비리에 약하다. 법조 일원화는 재야 법조의 숙원이고 곧 출범하는 사법개혁위원회의 핵심 의제이긴 하나 변호사 업계에 사건유치 브로커 고용 등 비리가 흔한 반면 세금 제대로 내는 변호사가 드문 변호사 업계 풍조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비리 변호사출신이 판사가 되어 누굴 치죄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법조삼륜의 일원인 검찰이 법조비리 수사를 하자면 인간적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전체 변호사의 명예를 위해서도 비리 변호사를 솎아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기야 상습 범죄인까지 고객으로 둬야 하는 변호사에게 법관에게 요구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윤리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리 변호사를 법조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전관예우를 받으며 변호사로 떼돈을 벌고 판/검사로 복귀하는 법관임용제도의 문제점과 지역법관의 토착세력과의 유착관계 등 지역법관제도의 부작용이 있다. 관할지역에서 판검사로 재직하다가 최종 근무지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구속 및 보석사건을 싹쓸이 하는가 하면, 전관예우의 재미를 톡톡히 보며 떼돈을 번 후 다시 판검사로 복귀한 법조인의 예를 볼 때, 관할지역에서 수년간 근무했거나 퇴직한 판검사들이 같은 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2년간 관할지역의 형사사건(특히 구속사건 및 보석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지역법관제도가 확대되면서 일부 지역의 변호사들 사이에는 변호의 성공을 위해 판사보다는 지역 토호세력들을 찾아다니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을 정도이며, 지역법관과 토착세력간의 유착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부패사범, 선거사범, 영장 및 보석청구사건 등 항소 및 합의부 사건인데 이런 주요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 지역법관을 배치하고 있는 법원은 토착세력과의 유착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역법관제의 폐해를 없애려면 부패, 선거, 영장, 보석사건 등 주요사건 담당재판부에 가급적 지역법관을 배치해서는 안 되고, 부장판사들은 지역법관 임명을 배제해야 하며, 현재 10년으로 돼 있는 지역법관 임기를 점차 단축해 궁극적으로는 지역법관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기에 법조일원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 최근 법원 인사에서는 변호사 경력을 가진 판사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다른 한 명의 변호사 출신 판사도 대상에 올랐으나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사법고시 합격 후 판사 생활만 한 '직업 판사'들이 주축인 우리 사법제도 아래서 변호사 출신 판사가 '고등 부장' 승진 대상에 2명이나 오르고 한 명이 승진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고등 부장은 고등법원의 판사 3명으로 이뤄진 합의부의 재판장을 맡는 부장판사를 일컫는 말로, 행정부로 치면 차관급이고 검찰로 보면 검사장에 해당하는 위치다. 지방법원 부장과 법원장도 있지만 직급이 아닌 보직이어서, 고등 부장은 대법관이 아닌 판사가 단 한 번 승진하는 자리다. 고등부장 승진제는 판사들의 관료화를 부추기고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반대와, 합리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유일한 장치라는 찬성의 양론(兩論)이 있어 왔다. 그런 자리이니 변호사 출신 판사의 첫 승진은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됐다. 법원이 법조 일원화(一元化) 차원에서 한 해 140~150명 충원하는 판사 중에 10여 명씩을 변호사 출신에서 뽑아 왔는데, 이들이 어느덧 법원 내에서 하나의 세력이 돼 '평생 판사'들과 인사 경쟁까지 벌일 정도가 된 것이다. 변호사 출신 판사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대법원이 배려한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런 대세를 수긍하는 판사들이 많았지만, 사법고시 합격 후 곧바로 임관한 일부 판사들은 "변호사 활동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판사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