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국법·보안산업은 울타리인가, 올가미인가9·11테러 이후 감시권한 확대 국가 안위 떠받치는 양대축으로

보안업체, 정부와 커넥션 급성장 민간이 1급 기밀 접근 권한까지

정보 유출 땐 '메가톤급 부메랑' 빅브라더, 기본권 침해 논란 거듭

 

한국경제 2013.06.14.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미드에 있는 미 국가안보국 본부. 국방부 소속으로 테러동향 감시 임무를 담당하는 이 기구는 최근 광범위한 인터넷·통화 정보 수집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포트미드=AP=연합뉴스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8일자 기사 제목이다. 66일 오전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최대 통신회사 버라이즌 고객의 통화기록을 무차별 수집했다는 충격적 뉴스를 들은 미국인들은 이날 오후 NSA6년 전부터 프리즘이라는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구글, 페이스북,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인터넷 기업 9곳을 감시해왔다는 폭로를 접했다. 망연자실한 미국인의 눈 앞에 어른거린 것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감시 권력 빅브라더였을 것이다.

 

이번에 일각을 드러낸 미국의 정보감시체계는 '911 체제'의 산물이다. 2001911테러 이후 미국은 자국은 물론 전세계 차원의 강력한 테러 방지 체제를 구축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기반을 잡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어받은 이 체제는 애국법을 정점으로 한 대테러 관련법과 21세기판 군산복합체로 비유되는 정부_보안산업 커넥션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애국법, 대테러법의 집약체

 

911테러 직후 미국은 테러 범죄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시민의 자유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애국법을 제정했다. 애국법은 국가기반시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된 국토안보법과 더불어 가장 포괄적인 대테러 법률로 꼽힌다. 원래 2005년 말 시효가 종료되는 한시법이었지만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의회 승인을 받아 영구화했다. 애국법의 내용은 정보기관의 감시·조사 권한 확대 테러 용의자에 대한 포괄적 통신 감시 영장 없는 전자감시 수색영장 사후통지 테러 용의자의 무제한 구금 및 추방 허용을 골자로 한다.

 

형사소송법, 이민법 등 기존 법률도 애국법에 따라 관련 항목을 수정보강했다. NSA가 정보 수집의 근거로 삼은 해외정보감시법(FISA) 조항도 애국법에 맞춰 2008년 신설한 것이다. 이 조항은 정보기관이 1년 동안 외국인 테러 용의자와 내국인 간의 통신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애국법을 "정부가 테러에 맞설 수 있도록 의회가 부여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논란 많은 테러와의 전쟁이 대의기관인 의회로부터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정책이라는 논리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같은 논리로 이번 파문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애국법이 수정헌법 제1(표현의 자유)와 제4(불리한 체포수색 금지)가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자밀 재퍼 미국시민자유연맹 법무담당 부국장은 대테러 관련법의 위헌성이 의심돼도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08FISA가 개정됐을 때 위헌법률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당시 법원이 "제소자들은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통화나 이메일 내용을 수집했다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마크 우달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애국법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 NSA가 수집하는 정보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화하는 정부_보안산업 커넥션

 

미국 정부의 감시체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 소속이었다. 직원 24,500명을 두고 IT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주고객은 NSA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이다. 지난해 매출액 58억달러(65,795억원) 13억달러(22%)가 정보기관 수주 사업에서 나왔고 1월에는 국방부에 5년간 정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56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분기 수익의 99%가 미국 정부와 맺은 5,700여건의 계약에서 창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노든의 연봉은 122,000달러(13,840만원).

 

이처럼 미국 정보기관과 계약한 외주업체는 1,931곳에 달한다. 911테러 이후 정보기관들이 방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민간 전문업체들과 계약하면서 보안정보 산업이 급성장했다.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 인력들이 대거 민간기업에 유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정보 활동에 800억달러를 쏟아붓고 관련 업무 종사자가 854,0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일부 보안업체들은 정보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부즈앨런해밀턴이 대표적 사례로, 최고위 정보 당국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 회사 임원 출신이고 전임 국장 존 매코넬은 1996년 이 회사로 이직해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 직원의 75% 이상이 정부 보안업무에 종사하고 그 중 절반은 1급 기밀에 접근할 권한이 있다. WP는 미국 내 1급 기밀 처리 인가를 받은 854,000여명 중 31%(265,000)가 민간회사 직원이라고 추산한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보안업체 SAIC 역시 '서부의 NSA'(동부 메릴랜드주에 본부를 둔 NSA에 빗댄 표현)로 불릴 만큼 정보기관과 깊은 관계에 있다. 시민단체들은 회전문 인사, 수의계약 등 정부와 보안업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회사들이 사익을 위해 국가 기밀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보업무 외주는 늘어나는데 이를 감시할 정부 조직은 간소화하고 있다. 소노든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그가 부즈앨런해밀턴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1급 기밀 문건을 손에 넣은 것은 정부와 업체가 기밀 관리에 소홀하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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