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낳는 최상급 법조브로커들

 

월간 말 2007.06.25

 

60단위 사기극의 충격이 누그러지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론스타의 옆에 선 김앤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투기자본의 법적대리인이자 한국사회 희대의 민간 법조권력인 김앤장은 사실 너무나 주목받지 못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사실만 종합해보더라도,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적 대리만이 아니라 관료사회를 통해 외환은행 인수에 개입하고, 재경부 및 금감위와 공모해 사모펀드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앤장은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들은 김앤장이 갖는 파워를 실감나게 증명해보였을 뿐이다. 올해 초 KBS는 수개월에 거쳐 준비한 2부작 시사프로그램 <김앤장을 말한다>를 방송했었다. 탄탄한 취재력이 엿보이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동종업계의 한 변호사는 김앤장이 얼마나 막강한 지 널리 홍보했다고 평했다.

김앤장의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것은 변호사의 실력보다는, 오랜 문제로 지적돼온 전관예우보다는, 바로 고문 직함을 달고 있는 고위관료 출신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서영택 국세청장(건설교통부장관), 구본영 OECD대사(과학기술처 장관), 한승수 주미대사(부총리), 최경원 법무부장관, 최명해 국세심판원장, 황재성 서울지방국세청장, 양수길 OECD대사, 제프리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의장 등등. 김앤장의 전현직 고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통령만 빼고 하나의 국가기관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준다. 주로 재무 세무 금융 공정위 등 경제부처가 중심이지만 산업자원부 노동부 청와대 감사원 출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조차도 다 파악된 것은 아니다. 김앤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다.

이용훈, 하종선, 김형민, 유회원 그리고 이헌재

지난해 11월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에 대한 영장이 거듭 기각될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과 유회원 대표와의 회동 사실이 드러나며 작은 파문이 일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인 200412월 프린스호텔에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하종선 변호사,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당시 상무)을 만나 외환은행이 극동도시가스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선 변호사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로부터 105만 달러를 받고,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에게 로비를 벌인 인물이다. 김형민 씨는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상무이면서 김앤장의 전직 고문이었다. 유회원 대표를 포함해 세 명 모두 론스타와 김앤장으로 묶이는 것이다.

DJ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김앤장 고문으로 있던 김형민 씨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당시 허위 감자설을 내용으로 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언론에 알려졌다. 김형민 씨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03년 말, 외환은행 상무로 발탁됐다.

가장 의혹의 눈초리를 받은 인물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였다. 이헌재 씨는 DJ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원장, 재경부장관을 거쳐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다가 다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퇴임 뒤 지난해 4월까지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있었다. 유회원 씨의 경기고 선배이면서 당시 김앤장 고문이었던 이헌재 씨는, 외환은행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론스타 사태의 주연배우가 된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등이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김앤장 고문들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김앤장은 십수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이런 고문들의 역할을 전문성과 최상의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고위관료들이 로펌에 몸을 담는 것은 권력형 비리를 낳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다시 론스타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불법적인 예외규정 적용(은행법 시행령 82,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 BIS 비율 조작이라는 두가지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BIS 비율 조작의 당사자들은, 정체불명의 팩스 5을 보냈다는 죽은 허 모 차장과 함께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김앤장이 예외규정 적용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200378일 재경부와 금감위에는Lone Star의 외환 은행 인수자격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 하나가 전달됐다. 작성기관과 작성자가 나타나있지 않은 이 문서는,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앤장이 작성해 비밀리에 재경부에 건넸고 재경부가 다시 금감위로 보낸 것이다. 문서의 내용은 은행법상 대주주의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해결하는 방안과, 외환은행이 외부로부터 신속한 자본조달이 없으면 머지않아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었다.

김앤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문서는 재경부와 김앤장 등이 참석했던 회의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KBS가 입수한 외환은행 내부문서는 이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재경부는 론스타의 인수자격과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두 가지 모두 불가함을 통보하고 이제 와서 이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냐고 질책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금감위에 결정권한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개정해 론스타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오겠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될 필요는 없었다. 두 가지 모두 금감위 차원에서 해결됐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오겠다고 말했다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금감위의 태도다. 감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금감위는, Lone Star의 외환 은행 인수자격에 관하여를 토대로 한 재경부의 요청 이외에 어떠한 법률검토도 한 적이 없다. 오로지 대외비로 분류된 김앤장의 법률검토만이 근거가 되었으니, 금감위는 론스타의 대리인이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승인한 것이다.

재경부나 금감위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내용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재경부가 불가를 통보했던 200378일부터 금감위가 론스타의 요구대로 구두확약을 한 25일까지 모종의 변수들이 개입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중요한 대목들은 알려진 바와 같이, 715일 조선호텔 10인회의, 22일 회의, 25일 금감위 대책회의 등이다. 모든 회의는 비밀리에 진행됐고 금감위 회의를 빼고는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외환은행 자문사인 모건스탠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임종인 의원은 이같은 김앤장의 비밀 자문과 관련해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던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같은 사람들의 로비 결과라며 김앤장 고문들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재경부와 금감위의 입장이 론스타의 인수불가에서 예외승인으로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또 더구나 김&장의 당시 고문이었던 김형민 고문(현재 외환은행 부행장)200311월 외환카드 주가조작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김형민 고문은 변호사가 아니고 김&장의 직원이었다. 그렇다면 이 주자조작에는 직원에 대한 감독책임으로 김영무 대표변호사(김앤장)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외환은행에도 김앤장의 법적검토가 전달됐다. 78일 외환은행이 금감위 김석동 국장에게 보고한 자료에는, 김앤장의 의견이 론스타측에서 검토한 인수자격 방안으로 인용됐다. 임종인 의원이 입수한 외환은행 경영전략부의 200377일자 비망록은 외환은행을 파는 은행의 경영진의 보고서에 매수인 론스타를 대리한 김&장 법률사무소의 법적검토가 들어 간 것은 이강원 행장의 노력과 김&장의 합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로펌과 관료사회의 유착.. 방치인가, 조장인가

로펌은 권력형고위관료들을 탐한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은 20069월 금감원 자료에 의거해 최근 3년간 국내 은행들의 법률자문 가운데 66%를 김앤장이 담당했다며, 국내 은행들이 높은 자문료에도 불구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호하는 것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적 자문 뿐 아니라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고문으로 대거 영입해서 정부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체 로펌 수임액의 40%를 차지하는 독점적인 지위처럼 고위관료의 진출은 김앤장이 압도적이지만, 다른 로펌들도 관료영입에 공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김앤장을 제외한 다른 법률회사들은 그나마 자사 고문들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건춘 건교부장관 이석채 경제수석비서관 김영섭 경제수석비서관 김수동 특허청장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영입했다. 업계 2위를 다투며 로펌의 관료영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쳐 온 법무법인 광장도, 조학국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종창 기업은행장을 영입한 바 있다. 그 외 6대 로펌에 꼽히는 세종 율촌 화우 등도 금감위 공정위 특허청 등 경제부처 관료들을 앞다투어 영입하고 있다.

거꾸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경우처럼 로펌에서 일하다가 공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2002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몸담았던 한덕수씨는 이후 한미FTA 체결지원단장을 거쳐 국무총리가 됐다. 김앤장만 보더라도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과 박흥찬 팀장(3), 박익수 공정위 심결지원2팀장, 정남성 재경부 증권제도과 서기관 등이 고문 혹은 전문위원 혹은 변호사 등을 거쳐 정부부처로 돌아간 바 있다. 이러한 회전문현상은, 인사상의 권한 등을 배경으로 로펌이 관료들을 길들이는 수단이 된다.

다른 문제도 있다. 지난해 8월 공정위 심결지원팀으로 간 박익수 변호사는 임용 직전까지 김앤장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진행했다. 그가 담당한 사건은 총 11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8건은 재판 중이었다. 공정위 심결지원팀은 각종 공정위 심결의 법리적 얼개를 짜는 곳으로, 최근까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수행한 이가 공정위로 취업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공정성의 문제를 낳는다.

정부와 로펌 간의 유착을 조장하는 제도도 있다. 이른바 민간기관파견제도, 민간근무휴직제도등 정부와 민간부문간 합법적인 인적교류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부당금전수수 등 관료와 기업의 유착사실이 드러난 민간근무휴직제도는, 공공행정에 민간경영기법 도입민관 쌍방 인사교류 실현을 위해 공무원이 민간기업에 임시채용될 경우 3년 기한으로 휴직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민간근무휴직제가 2003년 시행된 후 22개 부처 96명이 54개 기업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문제가 된 공정위를 살펴보면, 민간근무휴직 공무원 14명 중에서 11명이 해당기업으로부터 공정위가 승인하는 약정보수 이외의 웃돈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김앤장 5, 태평양 1, 율촌 1, 포스코 2, 삼성카드 1, 삼성경제연구소 1)

또 공정위 민간근무휴직자들은 대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기업이나, 조사를 받는 기업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14명 중 10)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정위에서 공직자를 파견한 5개 법무법인(김앤장 율촌 바른법률 태평양 세종)의 경우, 기업에 환급된 전체 과징금 867억 가운데 332억원을 소송대리했다. 또 공정위에서 공직자를 파견한 법무법인의 환급률은 (금액대비) 68%로 평균 48% 보다 20%가량 높았다.

민간근무휴직의 혜택을 본 이들의 일부는 복직 후 근무업체와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부서에 복귀하고 또한 1년 이내에 퇴직해 근무업체로 가버리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실제 유착 사례들이 드러났다. 2003년 김앤장에서 근무 후 공정위에 복귀한 이 모씨는, SK가스()의 가격 남용행위를 조사하면서, SK가스측의 대리인이자 자신의 민간 근무지였던 김&장에 자문을 구하면서 사건 자료를 유출시켰다.

힘없는 사무장들만 때리고 있다

로펌이 고위직 관료들을 탐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관료사회의 인적네트워크(나아가 이너써클) 때문이다. 사건 수임부터 시작해세무조사까지 관료사회에서 모종의 재량권이 행사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개입력은 로펌의 자산이자 실력이 아닐 수 없다.

임종인 의원은 로펌의 고위공직자 영입은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인맥, 그리고 직무연관성이 로펌에게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르몽드디쁠로마띠끄 보도를 인용해 (이들은)고문이라는 직책으로 국가기관과 민간부분의 뚜쟁이 역할을 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패의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행법상으로도 로펌의 관료영입은 문제가 있다.

변호사법 제34조는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기타 관계인을 특정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받거나 이를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조항은 법조비리를 막기 위한 것으로, 브로커 등의 법률행위를 금지하는 동조 5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얻은 보수 기타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위관료 출신의 로펌 고문들이 법조브로커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장준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조분야 투명사회협약의제및실천과제개발>이라는 논문에서 (전직 고위공무원들은) 종전 근무처와 관련된 고객을 합동법률사무소에 소개, 알선, 유치 혹은 청탁 상담함으로써 합동법률사무소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보수를 받고 있다. 이는 동조 5항의 규정 위반임에도 묵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대외적으로는 (고위관료 출신이)로펌에 고용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동업형태이고, 그게 불법이라는 건 법률적 논쟁조차 필요없는 일이라며 다 알지만 수사하지 않는 것이고 힘없는 (개인변호사가 고용한)사무장들만 때리고 있다고 전했다.

2001년 이후 단속된 전체 법조비리의 80%가 넘는 브로커 알선은, 주로 개인변호사들이 고용한 사무장이나 건당 대가로 수임료의 일부를 떼 주는 외근브로커들을 적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법률회사들이 내놓고 거느리는 최상급 법조브로커들 가운데 브로커 알선 혐의로 처벌된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다.

문형구 기자) 0623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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