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도 미래도 저당잡힌 1달러의 삶

 

방글라데시에서 파업시위를 벌이던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15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불과 이틀 전인 11, 최루탄과 실탄을 앞세운

현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숨지고 다친 사람들을 포함해 시위에 나섰던 4000명은 모두,

한국의 의류업체 '영원무역'에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와 치타공 등에서

노스페이스, 나이키 등의 브랜드 의류 등을 생산해 한국에 판매하는 업체인데요,

이곳의 노동자들은 한 달에 최저임금인 1662타카(25,000)로 겨우 생계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일당으로 치면 고작 1달러에도 못 미칩니다.

올해 7월이 되어서야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월급 3000타카(48,000)를 받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한국인들이 "가족외식 한 번하고 나면 끝"인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니,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영원무역 뿐 아니라 이곳에 진출한 의류업체들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저임금 기조를 유지해 왔고,

이에 반발하는 시위 또한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원무역은 이번 파업이 벌어지자, 36000명을 고용하던 17개의 공장 문을 모두 폐쇄시켰습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가난한 생계와 미래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도 모두 폐쇄 당했습니다.

거리로 쏟아져나온 분노한 노동자들을 보고

영원무역 회장과 일부 언론에서는 "괴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도 하루아침에 벌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나날동안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당한 처우를 견디며 일해왔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옷을 값싸게 많이 팔기 위해, 그리고 유행시기에 서둘러 맞추기 위해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내몬 해당 기업들의 태도부터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파업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현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일부 한국기업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삼성전자가 아동학대와 불법노동을 강요하는아프리카 콩고의 기업에서 휴대폰 부품을 조달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05년에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의류공장을 세운 한국인 기업인이 베트남 등에서 데려온 노동자 200여 명을 강제로 가두고 일을 시킨 혐의로 현지 법원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필리핀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만 구타와 욕설이 계속된다,

한국 기업들의 횡포가 그 어느 나라 기업보다 심하다"고 호소했을 정도로 횡포의 정도가 심각합니다.

한국전쟁의 참화와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동시성취라는 신화를 이뤄 가난한 나라의 선망의 모델이 되었던 코리아.

"가난과 분쟁의 고통에 울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넘어서 온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미래의 거울이다.

그들 앞에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가에 따라우리 삶의 미래는 규정될 것이다."

(박노해, Pamphlet001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에서)

그 미래의 거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혹시 우리는 새롭게 등장한 '작은 제국주의'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나라의 자원과 노동력 위에 발딛고 서있는

글로벌 코리아의 바탕을 돌아보고, 그 책임을 되물어봅니다.

 

나눔문화 www.nan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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